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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주] 남지에서 합천 창녕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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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zipinfo 작성일18-10-16 11:59 조회9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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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둘째주 가을 황금주말이다. 식구모두 시험준비한다 바빠 나홀로 가을길을 나선다. 태풍도 지나가고 만연한 가을 날씨다. 남지 유채 밭에 베이스 캠프를 치고 돌아오는 원점회귀 라이딩이다. 1박 2일 이번 길은 남지 유채밭-양아지고개-양아지 창아지마을-박진전쟁기념관-박진교-박진고개-적포교 -상적포-합천창녕보까지 왕복 45km이다. 

 

길을 나서자 국토중주길이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오래만에 달리는 국토 종주길이 낯설다. 출발한지 20여분 지나 본격적인 양아지고개 업힐이다. 낙동강 종주의 4대 난관은 양아지고개 박진고개 무심사고개 이화령고개란다.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걸쳐 이중 2개를 돌파해야 한다. 임도에 들어서니 10월 중순 가을 찬공기가 폐부 깊숙히 느껴진다. 개미새끼 한마리의 거동도 없는 세상이다. 새소리도 없이 천하가 고요한다.  소리도 움직임도 없는 적막함에 씩씩거리는 숨소리만 더욱 요란할 뿐이다.

 

라이딩 시작을 한지 얼마되지 않아 양아지 고개는 쉽게 오른다. 20여분 소요된 정상, 정상에 오르니 정상에서 쉬고있는 라이더, 일반 산행객이 보이고 왼쪽 개비리길로 넘어가는 등산객도 보인다. 문제의 개비리길로 많은 사람들이 내려가고 있다. 개비리길을 자전거로 갈 수 있다면 어렵게 이길을 올라 오지 않아도 된다. 돌아오는 길에 많은 심란함을 만들 개비리길. 개비리길에 자전거길이 없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는가? 국토종주를 계획할때 번번히 무너지는 원인이 양아지고개 이화령고개등 업힐이 있는 구간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개비리길 도전을 각오한다. 미지의 길에 도전이 필요한 국토종주길이다. 양아지 고개에서 양아지마을까지 3분만에 주파하고 도착한다. 국토종주길을 따라 걷는 20대 청춘의 고된 발걸음을 보면서 응원을 한다.

 

 

양아지 마을 옆동네 창아지 마을까지는 무난하고 평탄한 아스팔트 평지도로다. 창아지 마을에서 박진교까지 억새가 흐드러지게 핀 낙동강변을 만나게 된다. 고된 국토종주를 싹 가시게 한다. 억새는 빛나고 화려하다. 역광의 은빛 억새는 눈부시다. 가을 국토종주길의 억새는 호사롭기까지 한다. 키높이를 능가하는 억새밭이 온몸을 휘감는다. 이 고요와 이 적막감이 너무 포근하다. 아무도 없는 오로지 유일한 나만의 공간. 우주속 나만의 공간이다. 망망대해 홀로 탄 유람선에서 느끼는 기분이랄까. 어쨌던 나의 몸과 마음을 감싸주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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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진 기념관 입구에 도착한다. 나아갈 여정은 내일의 임무다. 기껏  15km지점에서 멈추고 몸을 푼다는 가벼운 느낌으로 스톱한다. 예전의 내 모습이 아니다. 끝을 봐야하는 성품이었고, 날이 어둑해서야 멈추는 도전정신이 많이 무뎌졌다.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돌아갈 몸과 마음에 위로를 전하며 추스린다. 돌아온 길은 모험이었다. 문제의 개비리길 입구다. 비포장 산행길이다. 자전거를 초입에 세워두고 쭈볏쭈볏 걸어 산행길의 컨디션을 가늠해본다. 자전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인지 판단이 서질않는다. 잘못하면 양아지 고갯길을 돌아돌아 가는길보다 더 개고생을 할 수도 있어 우유부단이다.중간 암벽을 만날 수도 있다. 심지어 중간에 길이 없을 수 도 있다. 직하 암벽을 만나 떨어지기라도 할라치면 오늘이 제삿날이다.  문제 소지가 있는 모든 것들을 꼼꼼히 따져 본다. 평소 회사의 기획업무를 맡다보니 무척 꼼꼼해진다. 직업병이다. 때마침 강가로 나아가는 낚시꾼이 있어 물어몬다 '아저씨 이길로 자전거 지나갈수 있나요?' 하니 "잘 모릅니다요"란다. 답변이 영 어색하고 불편하다. 또다른 등산 일행은 물어볼 틈도 주지않고 곧바로 등산로에 들어서질 않은가. 

 

도리없다. 양아지 고갯길로 가거나 이길로 가나 고생은 매한가지. 고생을 해야한다는 마음의 각오를 다지니 다소 편안하다. 문제의 개비리길에 접어든다. 좁은 등산로에 친구끼리, 가족끼리, 연인끼리 산행하는 등산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지나친다. 미안하고 머쓱하다. 그런데 이게 왠일.. 우둘툴툴한 돌길이지만 위험하거나 길이 끊기기는 고사하고 자건거가 다니기엔 적당한 업힐이 있고 리듬도 있어 산악자전거를 타기엔 더 없이 좋은 길이 아닌가? 로드를 타기엔 다소 위험한 길이다. 심지어 중간쯤이라 여겨지던 그 곳엔 대나무 숲이 자생하며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다. 여기 개비리길에 낙동강 국토종주길로 허락을 하지 않은 것은 개인 소유의 땅이기에 그럴 거라 추측해본다. 1.5km 남짓 개비리길 구간동안 자전거에서 한번 내린 적 없이 아주 수월하게 남지에 도착한다.  양아지 고갯길을 우회하여.

 

개비리길은 탈진한 1인 라이더, 부득이한 상황에 추천한다. 다만 2~3인의 떼라이딩은 좁은 소로에서 등산객의 눈쌀을 찌뿌릴 것 같아 추천하지 않는다. 드뎌 원점 회귀 도착한 남지 유채꽃밭. 땅을 뒤덥는 트랙터의 힘찬 엔진소리가 요란하다. 내년 유채밭을 위해 벌써 준비중이다. 남지 유채밭의 더 넓은 공간,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에서 아쉬운 첫날의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둘째날 다시 박진교에서 합천 창녕보까지 원점 회귀 라이딩을 시작한다. 박진교 위, 아침 찬바람이 아랫도리를 휘몰아 친다. 박진교를 지나 곧장 우회전하니 무섭게 오르막이 시작된다. 정상까지 거리 1.2km. 이화령 고갯길 10km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경험 없는 고령 초보 라이더가 넘기엔 걱정이 앞서는 거리다. 한발 한발 페달을 밟아 진행하니 정상까지 남은 거리 600m. 13% 경사지 표시기가 나타난다. 아직 라이딩 시작한지 초반이라 그런지 힘든 거 모르고 나아간다. 정상에 거의 다다를 즈음 덤프트럭 4대와 뒤따르던 승용차 1대 동시에 지나간다. 매연이 엄청나다. 계곡  돼지 축사에서 풍겨지는 악취와 곁들이니 죽을 지경이다. 낙동강 라이딩 코스중 최악의 지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도 시간은 지나 가듯, 정상에 도착한다. 박진고개, 또다른 이름 구름재 고개다. 탁 트인 시야가 일품이다. 어제 자전거를 탄 박진 전쟁 기념관 앞 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사진 몇 컷 남기고 냅다 다운힐로 내려간다. 반대편 업힐로 치고 올라오는 라이더의 모습이 고통스러워 보인다. 박진고개 업힐 시간 20분, 다운힐 2분. 20분의 고통, 2분의 기쁨 영광이다. 그래 이것이 인생이다.  인생이란 기나긴 고통의 과정, 기쁨은 잠시다. 돌아와  또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 역시 괴롭다. 

 

부곡마을 앞 뜰부터는 평탄자로 깐듯 편안한 국토종주길이 이어진다. 율산, 상포교입구 쉽터에서 점심요기를 한다. 과일,양갱,맥주 한 캔으로 점심을 떼우고 합천 창녕보로 나아간다. 적포교를 우측에 두고 직진하며 나아간다. 적포 지나 상적포 다다르니 캠핑중인 두대의 차량이 보인다. 합천 창녕보에 도착하니 도착시간이 오후 1시. 소요시간 1시간 30분간의 라이딩. 계속 나아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주변을 몇번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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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의 애마가 기다리는 박진교로 돌아가야한다. 역시 돌가오는 길의 하일라이트는 박진고개다. 다행스런건 반대편 업힐보다 다소 짧다. 1km내외로 200m 정도 수고를 덜어준다. 체력 고갈로 이미 지쳐있는 상태다. 고비다. 

 

나름 마음의 각오도 필요했지만 응원이 필요했다. 담벼락에 응원의 메세지가 즐비하다. 국토중주길 피할 수 없는 박진고개 1km거리에 이어진 담벼락 글귀가 응원으로 들렸다. 천천히 읽어보면서 라이딩을 한다. 최근 2019년 9월의 글씨는 선명하다. 심지어 더운 땡볕의 8월 9일 기록한 글자도 보인다. 올 여름 얼마나 더웠을까 생각도 해본다.

 

누구누구 사랑해 ♥ 가 제일 흔한 문자다. 이해가 안가는 픽시왕!! 이런 문자도 보인다. 급식체도 다소 보인다. 

 

또,친구끼리 우정 종주를 알리는 '국토종주 박재승 정인환.', '미국에서 왔어요 한국 사랑해요.', 다소 눈살을 찌뿌리는 '개씨X 운명' 글도 보인다. 회사이름인 듯한 'KOIST',군인인 '해병 ~~~', '청춘만세'도 보인다. '마산에서 온 이재민 여기서 퍼짐','안산라이더스 깐돌이 ♥ 새다리','국토종주 ~ 박진고개 현덕이 다녀감','든 것은 너의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죽는게 낫다.박진고개','강길따라 왔는데 산길이 왠말이냐?' 처럼 하소연하는 멘트는 아직도 힘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옥윤식 옥동준 부자 라이더','조상규 허벅지 여기 잠들다','우리가족 건강히 오래오래','군대가기전 국토종주'. '엄마 응원해줘!! 지금부터 달라질거야!'가 제일 멋진 문구다. 정상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사연은 더욱 많아지고 서로를 뽐내기 위해 담벼락은 더욱 애절해진다.

 

나도 쓰고 싶은 충동이 확 몰려온다 '아들 수능대박! 마누라 승진시험 합격!' 하지만 망설어진다. 참자 다음에 하자구. 지금 스톱하고 지체할 시간이 아니다. 응원도 못하고 표현도 약한 내가 쑥스러워진다. 그러나 지금은 이 순간을 극복하고 목적지 정상에 도달해야한다. 본질에 충실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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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반박자 쉬고. 27단 최저 1단 기어를 넣고 최고 업힐에서도 고통의 순간에도 리듬이다. 나의 최고 덕목 리듬. 리듬으로 살아가야하는 이유다. 고통이 덜하고 쉽고 편해지지 때문이다. 더뎌 다시 구름재 정상이다. 다시 오지 못할 구름재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안녕을 고하며 박진교로 내려간다. 1박 2일에 걸친 짧은 일정, 짧은 러이딩 거리였지만 상쾌한 날씨, 아름다운 국토중주길, 은빛 물결의 억새가 눈에 선한 낙동강 국토종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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