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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지리산 등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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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zipinfo 작성일18-08-06 10:12 조회1,3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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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둘째날 지리산 백무동에서 세석거쳐 장터목까지

 

  진주에 있는 신도시 평거에서 휴가 둘째 날은 시작되었다. '한국 국밥'이라는 다소 나름대로 대표급을 지향하는 돼지국밥집에서 든든한 아침을 먹는다. 한그릇의 돼지국밥이면 더 이상의 산행 준비가 필요 없을 듯하였다. 성격상 세세한 준비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니.  

 

 산행의 준비는 현재 만족하면 충분하다고 항상 생각했던 바이다. 현재 등따듯하고 배부르면 앞 일을 준비하지 못하는 스타일. 그렇게 백무동 산행은 쉽게 준비없이 시작되었다. 4년전 2014년 백무동 한신계속 세석 장터를 찍고 원점 회귀 산행도 한번 해 본 터였다. 4년전 내 기억속의 산행은 장터에서 백무동까지 내리막 산행길에 다소 무릎이 아팠고 별 탈없이 이어진 무탈 산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산행은 달랐다. 더위도 더위이거니와 산행중 이동식을 준비하지 못해 고생을 심하게 한 것이었다. 진주에서 아침겸 점심 먹은 것으로 하고 자유시간 2개, 생수 750m 2개로 준비를 대신하였다.

 

 날씨는 무더웠다. 초입 한신계속 시원한 바람은 그런대로 힘든 산행길을 보상이라도 해 줄 요량이었다. 바람과 물소리는 지친 산행을 다소나마 위안을 해주었다.산행을 막 시작하는 사람들은 머뭇거리지만 반대로 내려오는 사람들은 다들 첨첨첨벙 알탕으로 뛰어든다. 남녀 구별없이. 맞다. '골인 효과'라는게 확실히 있는 모양이다. 원점 회귀 산행후 나도 그들과 함께 알탕에 들어가리라 마음먹고 오늘 산행의 완결을 꿈꾸어 본다.

 

 산행 3시간이 지나 본격적인 오르막이 나타난다. 한신계곡의 바람과 시원한 계곡물과도 이제 이별을 고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오늘 산행을 잘 마무리 할까 하는 걱정이 약간 엄습해온다. 4년전 하산 때의 무릎 통증으로 고생한 기억이 새롯새롯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최근 저녁 퇴근 무렵, 버스 지하철을 버리고 회사에서 집까지 일일 1만보 걷기로 몸을 단련시켜 한편으로 괜한 걱정이라 마음을 추스린다. 인생2막 새로운 마음의 각오라고 마음을 다잡고 '그냥 되돌아 갈까'하는 마음의 유혹까지 다잡아본다. 결과적인 일이지만 되돌아갔다면 현명한 포기가 되었을 터. 

 

 준비부족. 준비성 결여는 항상 나이 단점이었던 것같다. 막연한 자신감. 근거없는 자신감.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는 심정. 2012년 설악산 소공원 공룡능선 천불동계곡 원점 회귀 산행때도 준비 없이 마치 마을 뒷 동산 오르려는 심정으로 달랑 시루떡 한 주먹으로 시작된 산행이었다. 중간에 먹을 것이 더 없어 탈진했던 기억이 아주 선명한데. 혹시 오늘 또 똑같은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닌지. 그 때의 막몽이 확 떠올랐다. 

 

 세석을 남겨둔 1시간의 오르막 산행은 익히 산행 방법을 이미 터득하였기에 리듬으로 리드미컬하게 진행한다. 5걸음 후  반박자 쉬고. 평탄한 길은 다소 많은 걸음을 걸은 후 반박자 쉬고. 홀수 걸음으로 걷고 난 다음 쉬어야 발이 교차하여 쉬기 때문에 호흡의 리듬을 탄다. 숨이 넘어갈 정도의 깔닥고개에서는 한걸음 걷고 반박자 쉬고. 그렇게만 산행을 한다면 어떠한 산도 힘들지 아니하고 산행할 수 있으리. 오늘도 전혀 힘들지 않고 리~드~미~컬하게 세석까지 진행한다. 같은 방향 산행꾼들을 지나친다. 미안하다. 다들 무척 힘들어 하지만. 이런 리듬과 템포의 산행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아쉬없다. 잘난 체하며 가르쳐주는 것 이 바닥에서는 금물. 오후 3시경 세석 갈림길 도착. 주변 풍광 사진 최근 바꾼 삼성폰 S9으로 몇 컷 남기고 장터목 방향으로 곧장 우회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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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석에서 장터목 가는길]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3.4km 능선길, 3.4킬로미터 지리산 종주길은 평탄 함 그 자체다. 그러나 문제는 허기였다. 아침 돼지국밥이후 이렇다 먹은 음식이 없다. 이동식으로 준비한 자유시간 2개는 산행 초입에서 벌써 먹고 없는 상태. 허기가 슬슬 느껴졌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이렇다 혹시 산행 사고가 나지 않을지 걱정이 확 엄습하였다. 지금이라도 늦지않았는데 돌아가는게 더 짧은 길인지도 생각해본다. '그래 장터목에 가면 컵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허기지고 굶주린 배 달려며 지리산 종주길을 계속 나아간다. 세석을 떠난지 30여분 지났을 무렵 뭔가를 먹지 않으면 힘들어 도저히 나아 갈 수 없었다. 초근목피라는 말이 나에게 다가올 줄이야! 등산로 주변에 취나물이 즐비했다. 아주 질긴 심지어 꽃까지 핀 취나물. 5,6월 부드러운 잎은 살짝 데쳐 먹는 취나물 잎파리 한 움큼지어 꾸역꾸역 먹었다. 칡부리 먹듯이. 3,4번에 걸쳐.  반대편에서 오는 등산객이 인사를 하면 어떡하지 걱정까지 하면서. 입안에 가득 취나물을 머금고 있자니 말이 나오지 않는 것 아닌가.

신기하게도 3,4번에 걸친 취나물은 허기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준비 부족으로 또 한번 호되게 고생을 하는 나의 준비성 부족을 뼈저리게 느껴본다. 철저한 계획, 준비.

 

 1700미터 이상 고지 산행은 철저한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리라 마음의 결심을 해본다. 특히 얕잡아 보는 원점 산행일수록 더더욱. 나아가 평소 나의 행동과 말들에 대한 계획도 무계획적으로 일관되었음을 고백하면서 인샹 2막은 준비된 인생을 살리라 다짐도 해본다.

 

5시경에 도착한 장터목 산장. 아뿔사 그럽게 기다리고 고대했던 컵라면을 팔지 않는게 아닌가. 내가 무엇을 잘 모르고 있는가? '내 기억에 국립공원 대피소에서 컵라면을 사먹었던 적이 있다?'며 다짜고짜 따지면 물었더니 '국립공원에서는 컵라면을 아예 팔지 않는다'는 관리소 점원의 말이 너무 너무 미웠다. 허기에 차 지금 당장이라고 꼬꾸라질 탈진한 사람에게 너무 야속했다.

 

근데 그 사람이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어떻게 알 것인가? 다행스럽세도 초코파이등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에너지 바(bar)들을 팔고 있었다. 켄커피,초코파이,자유시간 각각 2개씩을 그리고 지리산 생수 1개을 샀다. 8500원. 신행길을 다소 벗어난 한적한 바위 위에서 그 물건들을 막 먹기 시작했다. 초코파이의 말랑말랑한 촉감과 달콤한 맛이 너무 좋았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욕구인가. 한모금의 캔커피도 너무 행복한 맛이었다. 혹시모를 내리막 무릎 통증이 걱정돼 30분간 간단히 눈을 붙여 잠을 청해 본다. 그러나 이것 왠일, 춥다. 말이 안되게 춥다. 산행길 내내 더워 온몸에 물을 적시고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이 바람에 마르니 이제 추워지는게 아닌가. 장터목 정상의 날씨는 구름에 걸려 흐리고 안개로 자욱하여 스산했다. 잠이 오지않아 곧바로 하산을 재촉한다.

 

 다행스럽게도 무릎 통증은 없었다. 내리막 산행에서  백무동 주차장까지 걸어 내려 오는 동안 무릎통증 없는 건 평소 1만보 걷기 덕분이리라 생각해 본다. 산행 도중 백무에서 곧장 장터목으로 올라오는 여자 산행꾼이 힘들어 하면서 자꾸 나에게 물어 본다.  '아직 많이 남았나요?', '남은 산행길 힘드냐?'구 자꾸 말을 걸어 온다.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절절해 보였다.  나보다 10살 정도 어린 40대 초반 . 훈수를 둔다. '산행도 리듬으로 하면 힘이 들지 않아요.' 하나 둘 세 넷 다섯 걸음 후 반박자 쉬고. 반복해서 계속. 좀 더 힘들다 싶으면 세 걸음 걷고 반박자 쉬고요. 그렸더니 곧바로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가. 하나 둘 세 넷 다섯 쉬고 '이렇게요' 말하면서. 빙그레 미소를 날려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산행내내 힘들지 않고 정상까지 쉽게 가리라 생각해보면서 마음 한켠 뿌듯하다. 

 

여름 산행 준비부족으로 몸은 개고생을 하였지만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산행내내 떠나지 않았던 리듬과 템포로. 

 

막히지 않는 리듬으로  지치지 않는 리듬으로 살아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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